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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인터뷰

『DNS와 BIND, 개정 4판』역자 이성희와의 인터뷰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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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07

|

by HANBIT

13,275

이전에도 『DNS와 BIND, 개정 3판』의 번역을 맏아주셨던 이성희씨는 얼마전 출간된 『DNS와 BIND, 개정 4판』의 번역하셨습니다. 개정판의 출간을 기념하여 한빛미디어 이비즈부는 역자 이성희씨와 『DNS와 BIND, 개정 4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비즈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인터뷰 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DNS와 BIND』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고 번역 이외에 어떤 일을 하시면서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이성희: 한마디로 무지하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1년 5월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Excite@Home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로 직장을 옮겼고, 6월 초에 첫아들 재원이가 태어났고, 7월에 맹장염이 걸려서 대수술(?)을 받았으며, 8월 말에는 두 달 반 만에 원래 다니던 ThinkFree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참, 얼마 전부터는 근처 학교에서 야간 영어 수업을 등록하여 다니고 있습니다. 봉숭아학당 수준입니다.

뉴스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Excite@Home은 지난 가을에 Chapter 11(파산 보호 신청)을 제출하였습니다. 제가 그만 둔지 불과 일주일 후였습니다. 하지만 저 때문에 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팀에 저말고도 H1B(취업비자)로 일하던 러시아인과 인도인이 있었는데 이 불경기에 다른 스폰서를 구했는지 궁금합니다. ThinkFree로 복귀한 이후로는 시스템/네트워크 관리자의 비중은 많이 줄어들고 대신에 영업 기술 지원과 제품 관리에 관한 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미국 사무실에는 직원이 많지 않으므로 내부 기술 지원도 하고 틈틈이 데이터센터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들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비즈부: 지난번 『DNS와 BIND』에 이어 이번 개정판까지... 그리고 이 외에도 『유닉스 파워 툴』, 『유닉스 시스템 프로그래밍 SVR4』 한빛미디어와 인연을 맺어온 지도 꽤 되셨네요. 일하시면서도 틈틈이 번역도 하시는데… 지금까지 책을 출간해 오면서 얻은 경험이나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DNS와 BIND, 4판
이성희: 경험과 노하우라... 실제로 책을 옮기면서 많이 배웁니다. 이 분야 기술이 굉장히 빨리 발전하고 엄청난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내공 연마(?)를 게을리하다 보면 금방 도태될 수가 있지요. 바쁜 회사일과 생활에 치이다 보면 점점 게을러지고, 머리가 굳어지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계속 채찍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리하다가 한빛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번역 하면서 제가 미처 몰랐던 기술도 익힐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좋지요.

하지만 번역 작업이라는 것이 보기와는 달리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본업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로 밤이나 주말에만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페이지는 넘겨도 넘겨도 끝이 보이질 않고 간혹 애매한 구절이라던가 이해가 안가는 설명을 만나면 한두 페이지에 일주일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날씨가 좀 좋습니까? 주말마다 나들이 가고 싶어진답니다. 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원고 독촉! (저는 만화가들이나 그런 줄 알았습니다.) 원고가 늦어지면 원고 독촉을 많이 받습니다. 이번에도 원고 독촉을 많이 받았지요. 저는 비록 구박을 받더라도 시간을 들여 제가 먼저 본문을 이해하고 난 후에 가급적 부드럽게 의역을 하려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의 5분을 아끼면 이 번역서를 읽는 수많은 분들이 모두 5분(어쩌면 50분)을 더 소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비즈부: 그러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DNS와 BIND』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DNS는 그 분야가 아주 넓습니다. 따라서 일반인도 아주 기초적인 개념 정도는 알아 두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꼭 봐야 할 사람(아니면... 직업군)이 있다고 보는데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이 꼭 필요할까요?

이성희: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시스템 운영자와 네트워크 운영자를 위한 책입니다. 인터넷은 TCP/IP의 네트워크이고, TCP/IP 네트워크에 속해있는 모든 장비들은 IP 주소를 갖습니다. 숫자로 이루어진 IP 주소를 외우기가 힘들기 때문에 도메인 네임을 대신 이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스템/네트워크 운영자는 도메인 네임과 IP 주소를 상호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DNS의 이해가 꼭 필요합니다.

앞의 몇 장을 추려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약간의 배경 지식을 갖추고 계신 분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책의 모든 부분을 다 꼼꼼히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비즈부: 4판까지 오면서 이 책은 어떻게 업데이트 되었습니까? 그리고 특히 이번 개정판에서 새로워진 점은 무엇입니까?

이성희: 이 책은 DNS를 구현한 소프트웨어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널리 이용되는 BIND를 심도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3~4년 전에 BIND의 버전은 4.X였는데 지금은 BIND 9.X까지 나와있습니다. 게다가 공짜입니다. 이 책의 2판은 제가 안 봐서 모르겠고, 3판은 BIND 4.X 및 8.X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판에는 BIND 9.X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안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IP 버전 6 등의 신기술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비즈부: BIND 9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다는 점이 이번 개정판에서의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BIND 9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무엇입니까? 이전 버전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까?

이성희: BIND 9는 실험 정신이 강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BIND 8로도 평소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다 충족하지요. 실제로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이트는 BIND 8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BIND 9가 마이너 버전 업을 거듭하면서 점점 안정화되고 있으니까 앞으로 점점 BIND 9로 옮겨가는 곳이 많아질 것입니다.

BIND 9는 BIND 8과 비교해서 메이저 버전 번호가 틀립니다. 즉, BIND 8의 확장이라기보다 전혀 다른 컨셉으로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암호학 기법을 활용하는 트랜잭션 서명이나 동적 업데이트 인증 등 보안에 많은 신경을 썼고, 다중 스레드 프로세싱이나 멀티 프로세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코드를 집어 넣어 성능 향상과 확장성에도 큰 진보를 이루었습니다.

이비즈부: 그렇군요. 말씀하셨듯이 아직까지 BIND 9보다는 BIND 8이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다른 분야와는 달리 BIND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어도 사람들이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성희: 윈도우 XP가 출시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윈도우 2000을 계속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도메인 네임을 질의하고 IP 주소를 응답받는다는 DNS 본연의 업무 관점에서 볼 때 BIND 8이나 BIND 9나 아무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더 어려운 BIND 9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에 업그레이드도 비용이 들지는 않지요. BIND는 ISC에서 소스까지 공급하는 무료 소프트웨어이므로 여러분이 편한걸 가져다가 사용하시면 되니까요. 리눅스 최신 버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닉스 운영체제들은 아직도 BIND 8에 기반한 네임 서버를 탑재하고 있는데, BIND 9 기반 네임 서버를 포함하는 운영체제가 점점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BIND 9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이비즈부: 현재 도메인 네임 부족현상과 관련해 재미있는 발상을 가지고 있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도메인 네임이 부족하다). 그리고 얼마 전 ICANN(국제 도메인 관리 기구)에서는 현재의 도메인 포화현상 타개하기위해 .biz .info등을 포함한 일곱 개의 최상위 도메인을 새로 승인(ICANN, 새 도메인 7개 결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도메인의 변화 양상이나 발전 방향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씀해주십시오.

이성희: 제 생각은 한결 같습니다. 특정 국가의 횡포입니다. 국가별로 ISO 표준안에 따른 최상위 레벨 도메인이 있는데(한국은 .kr), 칼자루 쥐고 있다고 맘대로 .com 등의 도메인을 만들어서는 말도 안되는 등록비를 받습니다. 완전히 봉이 김선달 강물퍼다 물장사하기입니다. 도메인 포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만든 추가 도메인도 결국 돈 긁어 모으겠다는 심보로만 들리더군요. 그 돈으로 인터넷 낙후 국가에 백본 설치해준다던가요?

"다국적 기업처럼 어떤 특정 국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단체가 있으므로 .com 등의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이 없어서는 안된다"라는 주장도 맞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을 관리하는 기관을 초국가적인 비영리 단체로 운영하여, 어떤 국가의 어떤 기관이 신청하는 등록비는 해당 국가의 네트워크 인프라에 투자가 되도록 분배하는 것은 어떨까요? 도메인과 관련한 제 의견이자 주장입니다. 기득권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겠지만...

이비즈부: DNS와 관련된 일을 하시면서 그리고 이 분야를 공부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성희: BIND로 회사 도메인 네임 서버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ISP에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DNS에 관련된 일은 하지 않습니다. 전산 분야 이외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배경 지식이 풍부하더라도 처음 접하는 용어라던가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지요. 책을 통해서나 귀동냥으로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그걸 직접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구현해서 잘 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때, 그걸 다른 사람들이 (고맙다는 칭찬은 인색하지만)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그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비즈부: DNS말고도 시스템/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이 분야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추천도서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성희: 시스템/네트워크 관리자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됩니다. 네트워크를 무시하고 시스템만 파고 드는 것은 완전하지 못하고, 시스템(서비스)을 무시하고 네트워크만 파고 드는 것도 역시 반쪽입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때로는 프로그래밍 기술, 예를 들어, 셸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제일 처음 입문하는 분들은 우선 TCP/IP 네트워킹과 UNIX 운영체제에 대한 입문서를 구해서 읽으시면 됩니다. Windows도 공부하시면 물론 좋겠지요. 그런 후 방화벽에 대한 책과 고급 네트워킹(라우팅)에 대한 책을 보시는게 좋습니다. 제가 이 계통의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지금은 훨씬 다양한 책이 나와있기 때문에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영어로 된 원서가 아닌 한글로 된 책도 많아졌죠. 구체적인 책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비즈부: 지금 이 기사를 읽으며... 시스템/네트워크 관리자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써의 조언,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성희: 조언이나 격려는 아니지만 한 마디 하라고 하시니까 하죠. 외부에서 보기에는 시스템/네트워크 운영 관리자라고 하면 전문직이고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은 하루종일 멍청한 컴퓨터와 씨름하고 무거운 장비도 옮겨야 하고 배선하느라 바닥이나 천정도 기어야 하고 간혹 장애라도 발생하면 자다가도 뛰어나가야 하는 고된 직업입니다. 항상 바쁘게 일을 해도 별로 표가 나지도 않거니와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직업입니다.

시스템 관리자는 내외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외부 스트레스라고 하면 장애가 발생했을 때 쏟아지는 비난과 질책 때문이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반복적 업무에 치이다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자꾸 뒤쳐지는 것 같아 스스로 또 스트레스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 관리자는 보람과 긍지 및 노력이 없으면 견디기 힘듭니다. 이것은 남이 칭찬해서 얻어지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꾸준히 자기 연마를 게을리하지 마시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왕성한 도전 정신으로 헤쳐나가며 그 과정에서 기쁨을 찾도록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이비즈부: 정말 가슴 뭉클한 조언이네요.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성희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다음 번에는 어떤 책으로 독자님들께 인사를 드릴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번역만하시지 말고 직접 책을 한 권 써보고 싶지는 않으신지요?

이성희: 책을 직접 쓰는 것이 수입면에서도 짭잘하겠지만 책을 쓰려면 목차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준비할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군요. 그리고 제가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스타일이라 전문 서적을 저술할 만큼 특정 분야를 깊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번역서나마 기회가 된다면 다음 번에는 네트워크나 인터넷 보안에 대한 서적을 시도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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