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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편집자/저자토크

욕은 다른 어떤 단어로도 대체할 수 없다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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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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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

21,119

대중적인 욕설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결과들을 보면, 사람들이 하루 종일 하는 말의 0.3~0.7%가 욕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1만 5000~1만 6000개의 단어를 말한다고 가정할 때 보통 사람들은 매일 60~90개의 거친 언어를 사용하고, 이런 단어의 대부분은 나쁜 의도를 가진 유해한 말이라기보다는 그저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이는 말이다.
MCLA의 연구자들은 욕에 관한 수천 개의 일상적인 사례를 기록했고, 실험실 환경에서 욕과 관련하여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자원자들 중 누구도 신체적인 과격한 행동을 보이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MCLA의 연구자들은 이런 모든 것을 토대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린 듯 보인다.
욕은 결코 명백한 사회적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매우 급진적인 주장처럼 들릴지 몰라도, 기성특권계층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관점임에는 분명하다.

최근에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항소법원의 영국인 판사 데이비드 마이클 빈 경이 독특한 평결을 내렸다. 요점만 말하면, 시민들이 욕을 할 때 경찰관들은 딱히 모욕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 평결은 경찰관에게 마약과 관련하여 불심검문을 당한 어떤 젊은이가 그 경찰관의 귀에 들리도록 욕을 한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빈 판사가 그런 평결을 내린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요즘에는 육두문자가 일상생활에서 아주 널리 사용되고 자주 들을 수 있다는 사실과, 무엇보다도 그 젊은이가 그 경찰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오히려 ‘씨발 이 경찰이 생사람 잡네. 난 마약을 입에도 안 댔단 말야!Fuck this man. I ain’t been smoking nothing!’처럼 그가 욕한 방식은 자신의 좌절감을 보여준다고 빈 판사는 생각했다.
욕이 언제 용인되고 용인되지 않는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오늘날에는 욕이 예전과는 달리 더 이상 무조건 나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욕은 다른 어떤 단어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고, (3장 전반에서 설명했듯이)욕에는 숨은 혜택이 많이 있다.
언뜻 생각하면, 욕설은 심리학자들의 연구주제로 천박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에 관한 학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고 인간이 이성을 중시하는 미스터 스팍(인기 TV시리즈 『스타트렉Star Trek』의 등장인물)보다 다혈질에 직관을 앞세우는 커크선장에 가까운 감정의 동물이라는 점을 수긍한다면, 감정적 언어로서의 욕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심리학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코미디언인 리처드 둘링은 저서 《욕에 얽힌 진실Blue streak》에서 아주 훌륭한 주장을 한다. 육두문자는 ‘거의 모든 것과 밀접하게 얽혀있다.’는 의견이다.
약간 섬뜩하게 들리겠지만, 비행기가 추락하기 직전에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에 녹음된 조종사들의 마지막 말을 소개하는 웹사이트가 있다. 죽기 직전의 짧은 순간에는 스트레스와 감정이 극도로 고조되고, 당연한 말이지만 욕을 하는 것이 아주 보편적이다. 그 웹사이트를 보면 그런 말들이 여과 없이 올라와 있지만, 그런 말들은 상황적 맥락을 무시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으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직전 내뱉는 안타까운 마지막 말들은 욕에 숨은 아주 중요한 점 하나를 강조한다.
소중한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진통을 겪는 산모에서부터 소중한 목숨이 경각에 달린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욕은 말뜻 그대로 생과 사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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