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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인터뷰

음악학도, 코딩에 눈을 뜨다 : 오픈소스 문서 번역으로 기술을 노래하는 이수진 개발자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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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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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현

26,502

새로운 오픈소스가 나왔다고 치자. 이제 막 나온 오픈소스를 다룬 책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이 오픈소스를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코드를 일일이 분석해야 할까? 아마 대부분은 <Vue.js 시작하기>와 같은 튜토리얼(tutorial)부터 찾아 읽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오픈소스의 사용법을 소개한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인 튜토리얼 말이다. 그런데 이 튜토리얼은 누가 만든 것일까? 또 누가 한글화한 것일까? 그 궁금증을 풀고자 튜토리얼 10여 편을 번역한 이수진 개발자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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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 학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당연히 코딩을 몰랐다. 졸업을 앞둔 4학년,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첫 일이 웹사이트 개발이었다. 이 일을 하며 웹과 플랫폼에 빠져들었다. 적성에도 맞아 진로를 바꿨다. 코딩은 못하니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찾다가 모 IT 기업의 한 재단에서 IT 플랫폼 기획, 운영 일을 시작했다. 3년 정도 하다가 나와, 지금은 작곡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석사로  웹 기반 오디오 기술과 음악 정보 추출 연구를 하고 있다.

 

역서

장고걸스 튜토리얼 (기본) / 장고걸스 튜토리얼 (심화)

웹에서 SVG 사용하기 실습 가이드

 

 

 

Q. 커뮤니티 활동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13년쯤이었다. 당시 개발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코딩을 배우려고 페이스북에서 스터디 모임을 보면 무작정 신청했다. 스터디란 스터디는 거의 모두 참석하면서 여러 기술을 접했다. 무언가를 배우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배워야 할 게 생겼고, 관심사도 매번 바뀌어갔다. 그러면서 다루는 기술의 범위도 넓어졌다. 그래서 어느 한 커뮤니티를 찍어 말하기는 어렵다. 

 

 

Q. 번역은 어떤 일을 계기로 한 것인가

학부생 때 종종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인턴으로 있던 연구실의 교수님이 종종 번역 일거리를 줬었다. 그때 영어로 된 글이나 책을 많이 읽었다. 개발자가 되기로 맘먹은 뒤로는 유튜브 영상을 많이 봤었다. 그 역시도 대부분 영어 강의였다.

본격적으로 번역 활동은 장고걸스 튜토리얼이 계기가 되었다. 장고걸스 서울 커뮤니티에서 첫 워크숍을 준비할 때였다. 가장 큰 문제가 장고를 가르쳐야 하는데, 문서가 영문이었다. 팀을 꾸려 장고걸스 튜토리얼을 한국어로 옮겼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10여 편의 기술 문서를 번역했다. 짧은 글은 블로그에 올렸다. 장고걸스 튜토리얼처럼 제대로 번역했다 할 만한 것은 6편 정도다.

 

 

Q. 번역할 문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가?

나만의 기준이 있다. 내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 최신 기술인지, 사람들의 피드백을 하는지, 문서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지를 주로 본다.

최근 자가출판이 늘어나면서 나 같은 비전공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출판사라면 역자를 미리 정하고 진행하지만, 자가출판된 전자책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할 역자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튜토리얼 전자책에는 역자로 참여할 수 있는 콘택트 포인트가 있어 직접 연락하는 편이다. 때론 저자로부터 번역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Q. 석사로 공부하며 오픈소스 문서를 번역한다는 게 힘들지 않나?

요즘 학교 생활 틈틈이 ‘리액트 도움닫기’ 번역을 마무리하고 있다.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4개월이나 걸렸다.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면 마감기간도 있고 번역을 재촉하며 일정도 관리할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다 보니 번역이 하염없이 길어졌다. 오픈소스 튜토리얼의 업데이트가 잦은 것도 원인이었다. 번역 중 문서가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되면 전체를 다 수정해야 했다. 사실 리액트 도움닫기 튜토리얼도 상시 업데이트되고 있는데, 그 속도를 못 쫓아가고 있다. 리액트 튜토리얼 초기 버전을 읽은 사람은 버전이 다르다며 문의하기도 한다. 버전 유지도 정말 힘들다.

 

 

Q. 그렇게 힘들고 대가도 없는데 왜 번역에서 손을 놓지 못하나?

번역을 통해 다른 사람은 아직 모르는 것을 먼저 배울 수 있어서다. 대가는 없지만 내 스스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누군가가 내 번역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면 뿌듯했다. 하나의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경험은 흔치 않다. 특히 튜토리얼의 경우 기술을 가르치는 입장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Q. 공동 번역한 것도 눈에 띈다. 이 또한 쉽지 않을 텐데

장고걸스 튜토리얼 2편은 공동 번역을 했다. 번역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배경 지식, 기술에 대한 이해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의 글을 하나로 통일감 있게 번역하는 게 어려웠다. 사전 검토나 용어 등에 대한 합의 없이 번역을 해서 일일이 다 수정해야 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번역자가 챕터 하나를 맡고, 차후 하나로 가공하는 식으로 번역을 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번역 문서는

아무래도 지금 마무리 중인 ‘리액트 도움닫기(원서명 The Road to learn React)’다. 원 저작자인 로빈(Robin)의 출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어 특별했다. 로빈이 내게 직접 연락해 한국어 번역을 제안했다. 깃허브를 통해 독자 피드백을 받고 풀 리퀘스트(Pull Request) 보내는 과정을 처음 봤다. 문서는 어떻게 업데이트하고 챕터는 어떻게 구성하는지, 집필 과정을 접할 수 있었다.

보통 책을 낸다고 하면 출판사와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 저자는 직접 전 세계 역자를 구해 팀을 만들었다. 저자로서 이름을 알리고 오픈소스 생태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 강의와 컨설팅으로 돈을 벌려고 책을 쓴 듯 했다. 책의 수익은 판매와 함께 후원금 기부였다. 

팀 저장소(repository)를 만들어 함께 번역을 했는데, 깃허브를 통해 프로그래밍 소스 코드뿐 아니라 책도 공동 작업이 가능한 걸 처음 경험했다. 여러 팀 중 중국어 팀의 번역본은 깃허브에서 별이 800개가 넘었다. 원 소스보다도 2~3배 더 많다. 언어가 가지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Q. 튜토리얼은 초심자를 위한 문서다. 번역 시 특히 주안점을 두는 점이 있을 듯하다.

첫 번째는 용어다. IT 용어는 우리말로 쓰기도 외래어로 표기하기도 한다. 그걸 먼저 체크를 한다. 번역하다 보면 ‘번역투’가 많은 수밖에 없다. 나도 은연중에 이상한 한국어를 쓰기도 한다. 번역투와 함께 오역이나 의역은 없는지 확인한다.

온라인 튜토리얼은 독자가 따라하는 게 많다. 실습하는 독자를 신경쓰지 않고 번역하면 말이 이상해지기 쉽다. 그래서 실습할 때 옆에서 누가 말로 가르치듯이 번역하려 노력한다.

 

 

Q. 오픈소스 문서 번역에 참여하고 싶지만 평소 생각만 하고 망설이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영어 실력이 중요하다. 유튜브의 기술이나 프로그래머 커리어 관련 온라인 강의를 보며 영어와 친숙해지길 바란다.

IT 전문서도 좋지만, 조금만 찾으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오픈소스 튜토리얼 문서도 도움이 된다. 나 또한 혜택을 본 사람이다. 이런 문서를 보며 잘 번역됐는지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된다.

 

 

Q. 어떻게 참여하면 되는가? 번역 과정도 소개해 달라

깃허브에는 오픈소스 튜토리얼만 모아둔 저장소(리파지토리)가 있다. 그것만 봐도 요즘에 어떤 기술 문서가 나오는지 흐름을 알 수 있다. 난 내 수준에서 읽고 이해할 수 있고, 커밋이 많으며 평가가 많은 것을 찾은 오픈소스 튜토리얼 목록을 만든다. 그중 번역자를 찾거나 없는 것이 있다. 역자에게 해당 저작물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싶고, 어떻게 배포할 계획이라고 이메일을 보낸다. 대부분 거절하지 않고, 번역되면 링크를 달라고 한다.

 

구글 독스로 번역할 수 있지만, 보통 깃허브 소스 저장 툴을 이용한다. 깃허브에 튜토리얼을 포크(fork)하고 번역한다. 혼자 번역할지, 공동 번역을 할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공동 번역을 할 때에는 자신이 PM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함께 번역할 사람을 찾을 때에는 그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관심 있는 동료를 찾는다.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소통하며 언제까지, 어디까지를 번역할지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뷰다. 개발자가 소스 코드를 올리면 리뷰를 받듯이 번역 글도 리뷰를 받아야 한다. 번역의 어디가 잘못됐는지, 오타가 있는지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내가 낳은 자식은 예뻐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읽게끔 하여 리뷰를 받고 잘못된 부분을 풀 리퀘스트하게 해야 한다.

 

영어 실력에 자신이 없다면 리뷰에 참여하라고 말하고 싶다. 마침표가 빠졌거나, 세미콜론이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걸 피드백하며 기여할 수 있다. 기술 문서뿐 아니라 오픈소스 사이트 자체를 번역하는 일도 고려할 만하다. 이러한 작은 것부터 참여하면 안목을 키우라 권하고 싶다.

 

 

Q. 롤모델로 삼은 번역서나 역자가 있다면

한국 IT 산업 세계화 학회(KIGO)에 스타일가이드 분과 모임이 있다. 테크니컬라이터와 번역자가 참여한 모임인데, 이 모임에서 번역 가이드를 소책자로 냈다. 이 책이 큰 도움이 됐다.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용어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용어는 주로 정보화진흥원의 사전을 참고하고 있다.

외국어를 옮기는 일이기에 ‘번역투’가 있을 수 있는데, 자신이 읽었을 때 이해하기 쉽고 술술 읽히는 책의 글 스타일을 참고하며 번역한다. 오픈소스 문서는 참고자료가 굉장히 많은데, 괄호로 처리하는 등 자신만의 번역 스타일을 잡아가야 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오픈소스 문서 번역에 참여하면 좋겠다. 영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다양한 활동이 있다. 이런 작업에 참여해 자신의 실력도 키우고 오픈소스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 한국 IT 산업 세계화 학회(KIGO)

2006년 1월, 현지화 업계에 괄목할 만한 하나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한국 IT 업계의 용어 표준화에 기여하기 위해서 한국 IT 용어 표준화 학회(Korea IT Terminology Korean Standardization Association, KITSA)가 설립된 것이었습니다.현지화 업계의 주요 업체들이 참여해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업계 최초의 학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KITSA는 한국 IT 산업 세계화 학회(Korea IT Globalization Organization, KIGO)로 이름을 바꾸고 세계화(Globalization)의 주축이 되는 용어 표준화뿐만 아니라 학술 행사, 강연, 컨퍼런스, 분과 모임, 학회지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2013년 봄, 한국 IT 산업 세계화 학회(KIGO)에서는 IT 현지화 관련 표준 번역 지침 마련이라는 취지에 따라 ‘스타일가이드 분과 모임’을 발족하여 한국어 표준 스타일 가이드 버전을 작성했으며, 2014년에는 2013년의 분과 모임에 이어 ‘스타일 가이드 영문화 분과 모임’을 발족해 영문 표준 스타일 가이드 버전을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KIGO 번역 스타일 가이드’ 페이스북 그룹은 KIGO 표준 스타일 가이드와 관련한 정보를 확인하고, 스타일 가이드 제작진 외에도 여러 업계 전문가분들이 참여하여 본 스타일 가이드와 관련한 여러 가지 문의 사항에 답변하고, Q/A 코너를 통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한글화 토론의 장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번역과 현지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참여 가능하며, KIGO 번역 스타일 가이드의 한글 버전과 영문 버전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 KIGO 번역 스타일 가이드 다운로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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